top of page
검색

Like a clay

  • 작성자 사진: Owner
    Owner
  • 2018년 10월 8일
  • 4분 분량

라이크 어 클레이


서지현

대구의 도예가

대구 중구 북성로 2가 21-5, 2층


일본 건축물의 외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도자 공예가 서지현을 마주했다. 골목 사이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라이크 어 클레이의 쇼룸과 작업실은 주인을 닮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유행을 좇기보단 자신의 취향과 색을 담아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 도자의 표면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서지현의 내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ree

〈Like a Clay〉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Like a Clay〉는 머무르고 싶은 아늑한 공간에서함께 도자 제품을 만드는 곳이에요. 기존의 고급스럽고 비싸다는 도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 편하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도자 제품을 만들자는 뜻에서 캐주얼 세라믹 브랜드라 소개하고 있어요. 쇼룸에서는 제품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고, 작업실에서는 저의 도자 작업과 취미반 수업을 하고 있어요.


〈Like a Clay〉는 어떤 제품이 있나요?

같은 콘셉트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라인을 구성하고 있어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릇과 접시, 컵, 커피잔 세트, 찻잔 세트, 촛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Beach Line〉은 〈Like a Clay〉의 시그니처 라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닷가에서 본 모래의 느낌과 잘어울려서 ‘Beach’라는 이름을 붙였고 일 년 반째 꾸준히 제작 중이에요. 손님들은 달달한 느낌을 담아 쿠앤크라고 부르시기도 해요. 이 라인의 커피잔 세트가 가장 인기가 좋아요. 〈Morandi Line〉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모란디 작가의 정물화처럼 그림 같은 도자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하나하나 스펀지로 찍어 질감을 표현하고 있어요. 〈Drawing Line〉은 상감 기법을 이용해 흙을 파낸 후 색을 채워 만든 무늬가 특징이에요. 특히 젊은 손님들이 좋아하시는 제품이에요. 여러 제품 중에도 유독 컵 종류가 다양하고 많네요. 평소에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컵을 잡았을 때의 느낌을 특히 좋아해요. 컵을 떠올리면 다양한 디자인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손님들도 컵 제품을 가장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제품이 있다면 하나만 고를 수 있나요?

역시 컵인데.(웃음) 〈Beach Line〉의 컵을 좋아해서 자주 사용해요. 한 손에 들어와서 편하고 컵을 잡았을 때의 느낌도 아주 좋아요. 특히 맥주와 잘 어울려서 집에서 맥주를 마실 때면 항상 이 컵에 마시곤 해요.


ree

협업 제품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향초 브랜드인 ‘hap’과 차분한 연말을 콘셉트로 〈Like Hap〉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Hap’의 향초와 〈Morandi Line〉의 촛대, 〈Beach Line〉의 촛대를 각각 두 가지 패키지로 구성해 판매했어요. 같은 건물에 있는 ‘LeeSangHoon Furniture’와도 함께 의자를 디자인해서 도자 라벨을 붙인 〈Like Chair〉를 만들었어요. 협업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함께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도자 모빌에 관심이 가요.

예쁘죠.(웃음) 도자끼리 부딪혀서 나는 소리도 정말 예뻐요. 처음 만들 때만 해도 도자로 만든 모빌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비슷하게 하는 곳이 많이 생겨서 조금 아쉬워요. 제가 그런 걸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가끔 손님들이 비슷한 게 있다고 제보를 해주세요.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디자인등록이 되어있는 게 아니니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기도 애매하고. 이제는 그냥 취향이 비슷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수업과 제품 판매 중에 수입은 어디가 많나요?

예전에는 수업의 수입이 많았는데 지금은 판매 수입이 더 커요.


ree

편하게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요. 〈Like a Clay〉의 제품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도자 제품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꼭 도자 제품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만들고 싶은 분위기에 대해 생각해요. 부드러운 색감의 방, 따뜻한 식탁, 대화가 함께하는 시간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공간에서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는 게 옆에서 볼 땐 재미있는 일만 가득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은데(웃음) 지금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있어요. 제품이 유행처럼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다른 시도를 했을 때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자주 들고요.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결국 〈Like a Clay〉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제 눈에 예쁜 제품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다 예쁜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운영해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더라고요.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배우는 과정이에요. 그래도 초기 때보다는 감이 생겨서 어떤 걸 좋아해 주실지 조금은 느낌이 와요. 결국 다양한 시도를 꾸준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Like a Clay〉를 운영하기 전에 다른 일을 배우거나 준비했던 적이 있었나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어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 특히 일기 쓰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운 좋게 제가 쓴 글이 기회가 되어 몇 가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일을 받아서 하기 전까지는 방송작가를 목표로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혼자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것과 남들 눈에 맞춘 글을 쓰는 건 차이가 크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을 쓰더라도 늘 마지막에는 제 것이 아닌 다른 느낌의 글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일을 하는 몇 개월 동안 몸도 정신도 너무 아팠던 게 그 증거였죠. 그때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ree

글을 쓰는 일과 도자는 매칭이 잘 안 되는데요.도자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해요. 도자 작업을 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그 이유 하나였어요. 처음 도자를 접한 게 21살이었는데 그 나이에는 누구나 그러하듯 저 역시 진로와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당시에 쓴 일기를 보면 21살의 서지현이 안타까울 정도예요.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어떤 일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취미 삼아 대학교 근처에 있는 도자 공방에 다니게 되었어요. 그런데 변덕이 심한 제가 학교 수업은 빠져도 도자 수업은 빠지지 않고 가더라고요.(웃음) 어떤 것에도 큰 욕심이 없었는데 도자를 시작한 후로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지고, 심지어 꿈에서도 도자 작업을 했어요. 그만큼 푹 빠졌고 애정이 컸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인생이 없다고 생각을 하던 터라 ‘나도 한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보자’ 그렇게 덤비듯 시작하게 됐어요. 취미로 배운 도자가 터닝포인트가 되었네요. 


이렇게까지 깊게 빠지게 된 도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완벽하지 않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초반엔 뜻대로 되지 않아서 작업하며 울었던 적도,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적도 많았어요. 지금은 완벽하지 않은 그것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예쁘다고 생각해요. 도자 제품은 사람이 손으로 만졌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손으로 감쌌을 때의 묵직하고 단단한 도자만의 느낌이 참 좋아요. 그래서 〈Like a Clay〉에 찾아오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제품을 만져보고 구매하는 걸 권해드려요.


창업 전에는 어떤 준비를 했나요?

지금의 작업실을 구하기 전에는 1년 정도 온라인 판매만 했어요. 집에서는 도자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독립을 선택했죠. 원룸을 구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베란다를 작업실로 썼어요. 그때는 〈Like a Clay〉가 주업이 아니었어요. 한 달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올지 가늠도 안 되고, 생활비와 재료비를 모두 제 돈으로 충당해야 하니 아르바이트와 병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와중에 학교도 다녀야 해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눈뜨면 씻지도 않고 작업을 했어요.



ree


갑자기 독립해서 도자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어머니가 엄청나게 반대하셨어요.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원하셨죠. 그래서 집에서 지원도 거의 못 받았어요. 요즘은 〈Like a Clay〉가 잘 되는 걸 보시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세요.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잘 견뎌냈어요.

끈기가 있는 성격이 아니라 얼마 안 가 그만두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지니까 점차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쯤 되니 저와의 싸움이 됐어요. 여태는 금방 포기했으니 이것만큼은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저한테 지는 느낌이어서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ree


앞으로 〈Like a Clay〉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크고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것들, 오롯이 저의 취향이 담긴 예쁜 것들을 만들며 지내고 싶어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함께 좋아해 주고 아껴줬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변화를 향한 도전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번은 SNS 메시지를 통해서 ‘도자 공예를 배우고 있는데 앞이 막막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고민을 얘기하신 분이 있었어요. 30대라서, 용기가 없어서, 긍정적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하는 분이었어요. 정답은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서워도, 두려워도 눈 꼭 감고 시도하는 것뿐이에요. 물론 그 바탕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내가 이 일을 얼마만큼 원하는가, 순간적인 감정은 아닌가를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세요. 또 가장 중요한 건 실패를 한다고 해서 자책하지 마시라는 거예요. 자신을 계속해서 다독이세요. ‘이겨낼 수 있어, 이겨내지 못한다고 해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고, 그럼에도 잘 해낼 거야’라고….


이곳에서의 삶은 어떠한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충분히 행복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Like a Clay〉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좋아하는 단골집이, 따뜻한 집이 있는 이곳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이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삶이에요.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ree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오프라인으로 제작되고 있는 

위페이스 매거진 1호 대구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l 위페이스 매거진 @weface_magazine

사진 및 인터뷰 l 낫심플 스튜디오 www.notsimplestudio.com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