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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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0월 8일
- 2분 분량
레젬메
정숙진
대구의 은 공예가
대구 중구 완전동 5-21
특색 있는 상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대구 교동의 한 골목길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레젬메. 그곳에는 매일매일 작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공예가 정숙진이 있다. 카페라떼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자신이 마시는 커피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매력이 있었다. 급격하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레젬메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Legemme〉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Legemme〉는 ‘교동’에 위치한 조그만 금속공예 공방이에요. 실버와 원석으로 주얼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주얼리 제작 클래스를 진행하는 쇼룸 겸 작업실로 운영되고 있어요. 핸드 크래프트 주얼리를 좋아하는 분들과 어떤 것을 만들어 볼지 함께 고민하고 작업하는 공간입니다.
〈Legemme〉는 조금은 낯선 단어예요.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Gemme’는 불어로 보석이나 원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어감이 지닌 중성적인 느낌이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다른 후보로는 빈티지 느낌의 여러 이름들을 생각했었는데, 역시 〈Legemme〉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Legemme〉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단순하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즐겁게 살자’라는 생각이었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제 삶이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나중에 조그만 공방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면 참 좋겠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지금 바로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그중에 실버라는 재료가 주는 느낌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Legemme〉를 운영하기 전에 다른 직업을 가졌거나 준비했던 적이 있나요?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의류회사와 무역회사의 일이 합쳐진 회사였는데, 처음엔 일이 너무 많아서 자유로운 퇴근이 힘들었어요. 그곳에 몇 년을 다니다가 퇴근과 주말이 확보된 회사로 옮기게 되었고 그때부터 취미로 은공예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대구로 오게 된 이유가 있나요?
20대에는 서울에서 바쁘게 보내는 시간이 좋았어요.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것들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바뀌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사는 걸 생각하게 되었죠. 대구는 여러 상점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 은공예를 배우게 된 곳은 어디였나요?
서울 연희동에서 취미로 시작했어요. 제가 배웠던 곳은 창업반과 취미반이 따로 구성되어 확실한 커리큘럼 속에서 수업이 진행됐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2년 정도 작업했고, 〈Legemme〉 오픈을 구체화하면서 3개월 창업 과정 수업을 들었어요.
〈Legemme〉를 시작하고 나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됐어요. 이전보다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직업, 외모 등 소위 말하는 외적으로 남에게 보이는 것들 보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더 고민하게 돼요.

대구는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어떤 곳인가요?
아직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예 없는 분야도 있고, 있더라도 아주 소수의 공간만 존재해요. 특히 유리공예, 목공예와 같은 분야는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편이에요. 다양한 문화공간이 생겨나면 도시 전체의 관심도가 높아질 텐데, 아무래도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죠. 하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아지트나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에 자주 가곤 하는데 ‘인스턴트 카페’의 라떼를 특히 좋아합니다. 공방과 가깝기도 해서 자주 들려요. 또 ‘대봉동’에 있는 ‘세컨드 프로젝트’도 따뜻한 햇살과 탁 트인 느낌이 좋아서 종종 가곤 해요. 판매하는 오브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대구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문화나 공간이 있나요?
복합적인 공간이 좀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1층에서는 다양한 서적들을 볼 수 있고, 2층은 디자인 생활용품들을 판매하고. 이 밖에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나 카페, 갤러리 등 여러 공간이 어우러진 곳이 있었으면 해요.

이곳에서의 삶은 어떠한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도시보다 수수한 느낌이 드는 도시를 좋아하는데, 제가 느끼는 대구는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수수함이 있는 곳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구는 그렇게 살아가기에 딱 좋은 도시죠.
앞으로 〈Legemme〉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잠깐 반짝거리고 마는 것이 아닌 오래 두고두고 좋은 것들을 만들고 싶어요. 모두에게 만족을 주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곳 대구에서 많은 분들과 취향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Legemme〉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오랫동안 찾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오프라인으로 제작되고 있는
위페이스 매거진 1호 대구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l 위페이스 매거진 @weface_magazine
사진 및 인터뷰 l 낫심플 스튜디오 www.notsimple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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