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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anghoon furniture

  • 작성자 사진: Owner
    Owner
  • 2018년 10월 8일
  • 4분 분량

이상훈 퍼니쳐

이상훈

대구의 의자 디자이너

대구 중구 북성로 2가 21-5, 2층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을 지나치다 우연히 발견한 공간은 외국의 아틀리에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상훈 디자이너는 국내에는 생소한 밴딩 기법을 활용한 의자를 만들고 있다.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원목의 결을 매만지며 완벽하지 않은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하루 열네 시간을 꼬박 일하면서도 의자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그는 지금 어디로 나아가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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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 〈LeeSangHoon Furniture〉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밴딩 기법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의자를 만드는 이상훈입니다. 나무를 만진 지는 4년 정도,〈LeeSangHoon Furniture〉를 운영한 지는 3년 정도 되었어요.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작업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요.

고객에게 어필하려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성격이 그런가 봐요. 꾸밈없이 단순하게 표현하는 게 좋아요. 〈LeeSangHoon Furniture〉라는 이름처럼 가구들의 이름도 단순해요. 제품 소개도 사용한 나무와 규격, 색상 정도만 표기하고 있고요.


명함도 인상적이었어요. 디자인도 예쁘고요.

명함에도 규격과 용지, 색상을 다 적었어요. 도형으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나타내기도 했고요. 작업한 디자이너분이 능력자예요. 예쁘게 만들어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군더더기 없는 표현 방식을 좋아하셔서 그런지, 소개도 담백하네요.

아직은 출발하는 단계라는 생각이 있어서 자세한 소개는 못 하겠어요. 밴딩 기법 자체가 〈LeeSangHoon Furniture〉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것에 신경쓰기보다 밴딩 기법으로 만들 수 있는 곡선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반원을 모티브로 작업하지만, 차차 다양한 곡선을 더 많이 만들어야 나가야죠. 항상 밴딩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연구할 게 너무 많아요.


저는 밴딩 기법이 조금 생소한데요. 밴딩 기법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주세요.

밴딩은 크게 건식과 습식 두 가지로 나누어져요. 건식밴딩은 얇게 뜬 나무를 켜켜이 틀에 넣어 본드로 굳혀 곡선을 만들고, 습식 밴딩은 나무를 증기로 쪄서 부드럽게 만든 후 틀에 넣어 곡선을 만들어요. 저는 습식 밴딩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습식 밴딩 기법이 나무를 통으로 사용해 나뭇결이 더 잘 표현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친환경적이고요. 치수에 맞게 밴딩만 하면 되기 때문에 습식 밴딩의 경우에는 로스(손실되는 재료)가 거의 없어요. 


밴딩 기법을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존에 가구를 만드는 분들의 입지가 단단해서 남들과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승부를 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끈을 묶는 방법부터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고리버들까지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봤는데, 국내에는 밴딩을 사용하는 가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밴딩으로 만들어내는 곡선은 표현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요. 기존의 사각 프레임을 벗어나 곡선이 주는 느낌도 아름답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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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딩 기법 외에 다른 장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손으로 만들다 보니 백 퍼센트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요. 완벽하지 않은 대신 인간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디자인이 심플해서 어떤 공간에 둬도 소화가 되니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LeeSangHoon Furniture〉에서 나오는 가구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금은 〈Soft Chair〉 밖에 없어요. 〈Soft Chair〉 안에 팔걸이가 있는 의자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 스툴이 있어요. 다양한 라인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색상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이에요. 우선은 밴딩이 이중으로 들어가는 의자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Soft Chair〉는 위에서 보면 곡선이지만

측면에서는 직선이에요. 준비 중인 의자는 측면에서도 곡선을 느낄 수 있게 만들려고 해요. 좀 더 어려운 기술을 결합해 높은 퀄리티의 의자를 만들어 보려고 연구 중이에요.


의자 외에 다른 가구는 없나요?

선판도 판매하고 있지만 주된 가구는 의자예요. 지금은 의자로 〈LeeSangHoon Furniture〉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어떤 디자인의 의자를 만들지, 어떻게 하면 의자를 빨리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다양한 패턴이 들어간 의자를 만들지 등등 의자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벅차요. 좀 더 부지런하면 다양한 가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제가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아요.


이전부터 의자에 관심이 많았나요?

전에는 인테리어를 했어요. 근데 같이 일하는 분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 보니 돈을 조금씩 못 받았어요. 그래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는데, 결국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그만뒀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가 프리마켓에 참가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만들었던 게 ‘슈박스’라는 큰 신발 케이스 같은 제품인데, 그걸 만든 계기로 나무를 만지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그 길로 나무 공방에서 1년 정도 배워가며 일하고 ‘두류동’에서 1년 정도 혼자 작업실을 운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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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라는 가구의 특성상 편의성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처음 의자를 만들 때는 선을 얇게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강도가 너무 약해져서 이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리콜처리를 해드렸어요. 그것과 타협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제가 원하는 디자인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서 의자를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가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재는 어디서 공수하나요?

지금은 모두 인천에서 공수하고 있어요. 대구에는 건조된 목재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어요. 일반 나무를 사면 잘라서 때마다 뒤집어 주며 말려야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년이 걸려요. 인천에서 오는 건 건조가 되어있는 나무라서 바로 사용할 수 있죠.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직장 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없나요?

여태 현장 생활만 해서 월급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요즘은 저금을 해보고 싶어요.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돈 모으기가 힘들어요.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저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라 쉴 틈이 거의 없어요. 일주일 내내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가장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이걸로 성공해야죠. 친구들이 그래요. 제 성격에 회사 들어가면 못 버틸 거라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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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이너라고 해서 섬세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의외의 면이 있으신 것 같아요.(웃음)

성격에 좀 투박한 면이 많죠. 가구가 완성된 제품은 단정하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는 상당히 거칠어요. 힘을 쓰는 일도 많고요. 아마 〈LeeSangHoon Furniture〉의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에 저를 잘 안 드러내려고 해요.

의자와 안 어울린다고 느낄 것 같아서.(웃음)


‘두류동’에서 ‘북성로’로 작업실을 옮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죽 공예를 하는 친구와 1층은 카페, 2층은 작업실로 운영하려고 옮겼어요. 그래서 지금도 1층에 바(Bar)도 있고 배관도 나와 있어요. 근데 예산 때문에 결국 무산됐고, 지금은 쇼룸과 작업실로 운영하고 있어요.


모든 과정을 혼자 진행하나요?

직원이 한 명 있는데 친구예요. 원래는 함께 운영했는데 형편이 어렵다 보니 그 친구는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저녁에만 나오고 있어요. 금속을 다뤘던 친구라서 가구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또 근처에 ‘토브공방’이라고 있는데 일정이 바쁠 때 서로 도와가며 일해요. 제가 그쪽에 가서 조립이나 재단을 할 때도 있고 그쪽에서 와주기도 하고요. 일종의 품앗이 개념이죠.

목공 일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응원하며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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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LeeSangHoon Furniture〉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소품종 소량생산을 하지만 나중에는 크게 공방이나 공장을 운영하고 싶어요. 결국은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우연히 들은 이야기인데 장사꾼이랑 사업가의 차이는 장사꾼은 본인이 없으면 일이 모두 중단되지만, 사업가는 본인이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간다는 것이래요. 사업가의 모습이 제가 원하는 것이에요. 지금은 제가 없으면 안 되니까 아직 장사꾼이죠. 의자만 판매하는 토넷(Thonet)社처럼 의자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요. 국내를 떠나 외국까지 수출하고 싶어요. 또 제가 죽어도 제가 만든 의자가 빈티지로 쭉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변화를 향한 도전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겁내지 말고 도망가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 또래의 친구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구에 있든 서울에 있든 제주도에 있든, 어디서든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역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이 일에 빠져있느냐에 따라 기회가 달라져요. 또 혼자만 잘한다고 잘 되는 건 세상에 없어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오프라인으로 제작되고 있는 

위페이스 매거진 1호 대구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l 위페이스 매거진 @weface_magazine

사진 및 인터뷰 l 낫심플 스튜디오 www.notsimple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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