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 books
- Owner
- 2018년 10월 8일
- 4분 분량
고스트북스
류은지, 김인철
독립책방 운영자
대구 중구 동문동 14-1번지, 3층
교동의 작은 책방 고스트북스의 얼굴 류은지와 김인철은 서점 운영과 동시에 작가 활동, 출판 작업, 독립출판물 워크숍까지 진행하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일정이지만, 자신들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을 입고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는 두 사람.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독립서점 가운데서 잔잔한 빛을 유지하고 있는 고스트북스의 그림자를 좇아가보았다.

〈Ghost Books〉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대구에 있는 작은 책방 〈Ghost Books〉입니다. 주로 국내외 예술/디자인 서적과 우주과학 서적을 다루고 있어요. 또한 독립출판물도 내부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입고하고 있어요.
〈Ghost Books〉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에요.
류은지 〈Ghost Books〉라는 이름은 책방을 시작하기 전에 만들었어요. 2014년부터 출판등록은 하지 않은 채 〈AER-EDITIONS〉라는 이름으로 간간이 책을 만들었었어요. 그러다 2015년도에 출판등록을 하면서 〈Ghost Books〉라는 이름을 쓰게 됐고, 2017년에 책방을 시작할 때에도 사용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Ghost Books〉는 책방이라기보다는 출판사의 이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Ghost Books〉는 작가라는 존재가 유령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짓게 됐어요. 작가는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작품을 발표하고 나면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빛이 나잖아요. 그런 점이 유령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유령도 평소엔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니까요.
책방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류은지 오랫동안 미술 작업과 출판 작업을 하면서 그 분야와 관련된 흥미로운 책들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하지만 대구에는 좀처럼 관련 분야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었죠. 그러다 책, 특히 우주과학 관련 서적을 좋아하는 김인철 작가를 만나 우리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책방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어요. ‘교동’ 옆 ‘동인동’에 저의 작업실이 있었는데, 동’을 지나칠 때마다 ‘이곳에 책방이 하나쯤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제가 바로 그 책방의 주인이 되었네요.(웃음)

두 분이 함께 책방을 운영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Ghost Books〉의 운영과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류은지 디자인과 미술에 관련한 책은 제가 맡고, 단행본과 우주과학 등의 서가는 김인철 작가가 맡고 있어요. 저는 특별히 책방에 필요한 디자인과 출판물의 기획, 편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김인철 책방은 휴무인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책방의 운영과 관련한 부분은 거의 제가 맡고 있어요. 물리적인 일들도 포함해서요.
조용한 분위기라 책을 읽기에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손님이 책을 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가만히 두는 편이에요. 공간도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구성했죠. 하지만 손님이 책에 대한 설명이나 소개, 추천을 원하시는 경우에는 최대한 자세하고 상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잠깐 둘러봐도 읽고 싶은 책이 많이 보여요. 책을 선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인가요?
운영자인 저희 두 사람의 취향이 가장 크게 반영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조건 취향대로만 선별하지는 않고 책이 가진 매력을 살피려고 노력하죠. 저희가 고심 끝에 고른 책들의 가치를 손님들이 알아봐 주실 때 정말 뿌듯해요. 앞으로도 책마다 숨겨진 매력을 잘 찾아내고 그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가에는 몇 종의 책이 있나요?
문득 저희도 궁금해지는데요.(웃음) 대략적으로 봤을 때 일반 단행본이 100여 종, 독립출판물이 100여 종, 해외출판물이 30여 종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는데, 책을 배치하는데 있어 특별한 방식이 있나요?
특별하거나 새로운 배치법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장르별로 구획을 나누어 서가에 꽂고 있어요. 매대 운영에 있어선 좀 복잡한데, 일단 독립출판물의 경우는 신간 위주로 진열을 하고요. 일반 단행본은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서적들 위주로 모아 진열하고 있어요. 그 외에 사회과학 서적과 잡지는 따로 구분하여 진열하고, 창가 쪽에는 일러스트 책이나 사진집 위주로 진열하고 있어요.
〈Ghost Books〉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인가요?
부끄럽지만 〈Ghost Books〉에서 출간된 〈냉탕과 온탕〉 시리즈의 첫 번째 〈좋은 것을 아껴두려는 성질〉이에요. 지금도 꾸준히 많은 손님이 찾아주세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전에 하던 출판 작업을 계속하고 있군요. 보통 독립서점이 다른 직업과 함께 운영되는 곳이 많더라고요.
류은지 : 지금도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디자인 외주 작업이나 외부 강의를 하기도 해요. 김인철 작가는 글을 쓰고 있는데, 때때로 다른 독립출판물 잡지나 책에 기고하기도 하고요.
김인철 : 사실 이런 모든 활동이 〈Ghost Books〉와 연관되어 있어서 다른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애매하긴 한데,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작업을 유지하면서 책방 운영과 출판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영역에 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네요. 독립출판물을 주제로‘더폴락’에서 열리는 소규모 북 페스티벌인 ‘아마도 생산적 활동’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반응이 어떤가요?
〈Ghost Books〉는 셀러로 3년째 참가하고 있어요. 처음보다 참여율이나 관심도가 높아져서 앞으로도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구에서 활동하는 제작자와 책방들이 이런 식으로 연대해서 꾸준히 알리고 활동하면 더 좋은 결과가 생겨나겠죠. 대구에 책방이 많은 것이 이런 점에서는 상당히 유리해요. 독립출판물 제작자분들에게는 작업 교류와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되고, 책방들은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대구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나요?
일단 대구를 떠올리면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이미지가 떠올라요. 어디에서나 산을 볼 수 있는 도시죠. 그게 좀 재미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가끔 유령 이미지에 산을 그려 넣기도 해요.(웃음)
대구에서 어떤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나요?
대구 근교를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해요. 대구 근교에 자연과 함께하기에 좋은 곳들이 많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또 최근에 LP를 듣기 시작했는데, ‘동성로’ 지하상가에 위치한 ‘팍스뮤직’을 자주 찾고 있어요. ‘교동’에도 오래된 중고 LP들을 찾아볼 수 있는 가게들이 있어서 가끔 가고요.

대구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문화나 공간이 있나요?
뉴욕에 있는 ‘센트럴 파크’ 규모의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구에도 공원이 많이 있긴 하지만 좀 더 숲속 같은 공원이 도심에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겨울에는 스케이트도 탈 수 있는.
지역에서도 본인의 색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었을 때 가장 편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저희는 삶을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그것이 나의 색, 우리의 색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사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진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앞으로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요?

앞으로 〈Ghost Books〉는 어떤 모습의 책방이 되고 싶나요?
책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
〈Ghost Books〉에게 책이란 무엇인가요?
김인철 :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것.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는 일이 많다 보니 최대한 다양하게 소개해주고 싶은 매체라고 생각해요.
류은지 : 저에게는 책이 참 의미가 깊어요. 책으로 인해 〈Ghost Books〉도 시작하게 됐고, 김인철 작가도 만나게 됐어요. 또 지금까지 만나게 된 모든 사람과의 사이에도 책이 있어요. 제 삶 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김인철 : 삶의 징검다리?(웃음)
이곳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Ghost Books〉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저희는 자주 웃어요. 즐거워요. 모든 삶의 모습이 다 가치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자’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오프라인으로 제작되고 있는
위페이스 매거진 1호 대구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l 위페이스 매거진 @weface_magazine
사진 및 인터뷰 l 낫심플 스튜디오 www.notsimplestudio.com
Comments